단 한번이라도 좋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웃음을 터뜨리고 싶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직장의 주류가 되지만, 누군가는 부러워만 한다. 조용하고, 참하고, 말이 없고, 묵묵히 일만 하는 이들이다. 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되고,사교성이 없다고 모임에서 제외되는 그들은 안타까움과 포기를 견디는 법을 배운다.
세상과 나는 맞지 않는다, 사회는 내게 친절하지 않다는 인식이 파란 촉수처럼 가슴에 달라붙는다. 현대판 주홍글씨를 가진 이들, ‘내성적인’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왜 외향적인 성격을 좋아할까
오묘한 매력, 발랄한 인상, 넘치는 애교.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면, 외향적인 직원이 섞여있다. 외향적인 사람에게 사람들은 점수를 많이 준다. 쉽고, 단순하고, 긍정적이고, 구김살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왜 외향적인 성격이 이토록 각광받는가?
첫 번째 이유는 인간의 생존 욕구에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상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가 따뜻한지 차가운지 여부라고 한다. 상대가 따뜻한 사람이라면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터. 상큼한 미소와 발랄한 제스처를 구사하는 ‘외향인’을 보며 사람들은 ‘나를 해치지 않겠군…’이라며 안심한다. 반면 ‘내향인’이 조용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으면 그가 뒤끝이 있거나, 동료에게 불만을 품고 있거나, 회사 공금을 빼돌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논어, 도덕경에는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이 곳곳에 나오지만, 지금은 조용함을 일종의 결핍이나 장애로 취급한다. 낯선 곳에 빨리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친분관계를 쉽게 형성하는 이들이 높이 평가받으니, 상대적으로 포장이 화려하지 않은 내향인들은 점차 낮게 평가되었다.

외향적이면 리더에 적합하고 창의적이다?
조용해서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사회나 직장에서는 외향적인 성격에 대한 몇 가지 고정관념을 종교처럼 믿는다. 그 교리 중 하나는 외향인은 리더로서 적합하다는 것.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의 애덤 그랜트의 조사결과는 다르다. 피자 프랜차이즈가맹점 130곳의 직원들 성격을 조사해보았더니 사장이 내향적인 경우의 성과가 14% 더 높았다. 뒤이어 학생들에게 티셔츠 접기 실험을 해보니, 내향인이 리더인 그룹의 성과가 외향인에 비해 24% 높았다. 비록 부하가 적극적일 경우에 한정되지만, 내향인이 외향인보다 더 좋은 리더가 될 수도 있다는 결과였다.
이유는 내향인의 상대를 배려하는 힘, 높은 집중력, 적절한 질문 능력 때문이다. 외향인이 때때로 본인 이야기만 하고 상대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는 대단한 장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영업사원이 외향성이 아주 높으면 오히려 실적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하나의 고정관념은 외향적인 사람이 창의적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버클리 캠퍼스 성격 평가 및 조사연구소에 의하면, 창의적인 이들은 딱히 사교적이거나 외향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십대 때는 숫기가 없고 혼자 지냈다는 사람이 많았다. 비록 김대리만큼 목소리가 크지 않아 의견이 묻힐 가능성은 높지만, 조용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질 때가 많은 박 대리가 내놓는 제안이 오히려 건설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How to deal with 외향성 신화의 세계

1. 부러우면 지는거다
일단 외향인을 부러워하는 걸 잠시 멈추자. 성격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자신의 강점을 키우는 게 지금까지 디자인된 자신을 갈아치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향인이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 교수 리처드 하워드에 의하면, 이들은 시행착오가 많다. 범죄를 저지르고, 사고나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운전 중에 사망하고,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다 부상을 입고, 섣불리 결혼했다가 이혼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다.

2. ‘단숨에 친해지기’는 못해도, ‘보다 보니 정 들어’는 가능해
외향인은 즉각적인 반응이 없으면 금세 관심이 시들어버리지만, 내향인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꾸준히 일을 지속하는 데 강하다. 외향인이 순식간에 인맥을 구성하는 것에는 뛰어나지만, 꾸준히 그 관계를 지속하는 데는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역이용하자. 인간관계는 화분 키우기와 같다. 본인의 순발력 부족을 자책하지 말고 지금부터는 지속적으로 본인의 성과를 어필하고, 끊임없는 성의를 보이자. 토끼와 거북이는 사는 방법이 다르다. 그리고 전래동화에서는 거북이가 이긴다!
 

3. 외향적인 상사를 대할 때는 요주의
바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문외한으로 취급 받기 쉽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A의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 가능하다. A-1에서는 B, C, D의 해결책이, A-2에서는 E, F, G의 답변이 걸맞다. 그래서 내향인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옆 자리의 외향적인 동료가 답은 B라고 소리친다! 그러면 질문한 상사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고, 좌중을 둘러보면서 내뱉는다. “여기 A의 상황을 해결할 사람은 단 한 명 밖엔 없군!” 외향인에게는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해줘야 함을 잊지 말자. 느린 반응, 침묵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이 내향인을 두고 ‘반응이 느려서 갑갑하다’,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일에 건성이다’, ‘계략을 꾸미고 있다!’라며 오해할 일을 미리 막아 두자.

4. 조금만 연기하면 인생이 편해진다.
내향인들의 미소는 ‘그가 미소를 지었는지, 안 지었는지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 특성이 있다. 외향인의 미소를 참고하여 입술을 30cm에 달하도록 늘려보자. ‘경우 없는’ 직원으로 분류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인상 형성에 가장 중요한 건 따뜻함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 당신의 뱃속은 축제에 등장한 풍선처럼 헛헛해질 것이다. 분석적이고 통찰력 있는 당신은 ‘미소가 어색하다’, ‘썩은 미소일 뿐이다’라고 자평하며 좌절하겠지만, 이는 남들이 나를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투명성 환상’이다. 처세술의 옷이 박음질이 촘촘하지 않아 불안하겠지만, 사실 사람들은 당신이 옷을 입었다는 것에만 주목한다. 세상에 맞춰 당신을 통째로 바꿀 필요는 없지만, 세상이 알아봐 주도록 한 겹 포장하는 건 해볼 만한 시도다.

[글 이현수(MBTI 전문 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75호(13.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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