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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新채용코드는 `理·地·女`
理 전자·전기 공채 80 ~ 90% 이공계 출신
地 `지방대 35% 쿼터` 정해진 이후 급증
女 감초 역할 톡톡…추진력·친화력 강점
치열한 공채 경쟁을 뚫고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은미 씨(가명). 조선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당당하게 삼성전자 직원이 된 그는 모 사업부의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김씨는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에 들어오게 돼 꿈만 같다"며 활짝 웃었다.
삼성그룹에 ’지방대 이공계 출신 여성 인력’을 뜻하는 소위 ’이ㆍ지ㆍ녀(理ㆍ地ㆍ女)’ 돌풍이 최근 거세다. 삼성전자ㆍ전기ㆍSDI 등 삼성 주력 계열사의 이지녀 채용 규모가 최근 1~2년 새 2배로 껑충 뛰었다. 삼성 대졸 공채 인원이 2011~2012년 9000명씩으로 똑같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이지녀의 대약진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지방대 비중 35% 이상’을 채용 가이드라인으로 정했고 지방대 입사자가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 대졸 공채로 입사한 4500명 중 1600명(약 36%)이 지방대 출신이다. 종전까지 지방대 채용 비중이 25~27%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10%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여성 인력 비중도 과거 20%대에서 30% 초반으로 증가했다.
거기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전기, SDI 등 전자 계열사들의 이공계 비중이 평균 80%에 달한다. ’이공계’ ’지방대’ ’여성’이라는 3가지 조건을 동시에 갖췄다면 고스톱에서 말하는 광(光) 세 개를 한 손에 든 셈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 공채 관문을 통과한 대졸 사원 90%가 이공계"라며 "이 중 지방대 여성 인력이 10%"라고 설명했다.
지방대 지원자가 부쩍 늘었음에도 삼성전자의 이지녀 합격률은 2011년 10%대 후반에서 2012년 20%대 초반으로 올랐다. 삼성SDI는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대졸 공채에서 지방대가 약 35%고 이 중 이공계 출신 여성이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이지녀 비중이 전체 대졸 입사자의 10%에 달한 것이다.
매해 200~300명의 대졸자를 공개 채용하는 삼성전기도 이지녀의 입사 숫자가 최근 1년 새 2배로 증가했다.
이지녀의 부상은 단순히 삼성그룹의 채용 정책이 달라진 데만 있는 건 아니다. 조직 내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는 선배 이지녀들이 좋은 평판을 쌓아올리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B차장은 개발팀에 입사했다가 영업과 해외 마케팅을 두루 거친 이지녀의 차세대 주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 번 주어진 일은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며 "특유의 친화력과 업무 추진력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 입사 5년차인 ’이지녀’ M대리는 남녀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 열혈 영업 엔지니어다. 신입사원 때부터 늘 두꺼운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시장, 고객사, 기술정보를 꼼꼼히 메모하고 숙지한다. 밤새워 영업자료를 읽고 점심시간에는 사내 영어회화 과정을 놓치지 않는다. 부서에서는 오락부장 역할로 분위기를 띄운다.
삼성SDI의 L책임은 부산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2000년 입사했다. 2차전지 개발팀의 설계 분야에 근무하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잘 발휘하고 있다.
이지녀들은 서울ㆍ수도권 대학 출신보다 지방 사업장 근무에 잘 적응하는 면모도 보인다. 삼성전자는 수원 기흥 광주 구미, 삼성전기는 세종시 부산, 삼성SDI는 천안 울산,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천안 등 다양한 곳에 지방사업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20곳은 작년 하반기부터 전국 주요 지방대를 방문해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방의 채용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대 우수 인력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삼성 공채에 지원한 지방대 학생들이 전년보다 5000명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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